최근 부산항 BPT(신선대감만터미널)에서 야드 운영 효율화를 위해 최신 자동화 장비인 ARMGC를 신선대 부두에 추가 도입했습니다.
이번 ARMGC의 설치 과정을 담은 영상을 BPT 터미널로부터 제공 받게 되어, 평소 보기 어려운 대형 크레인의 반입과 설치 과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 ARMGC: ‘Automated Rail Mounted Gantry Crane’의 약자로, 레일 위를 주행하며 무인으로 컨테이너를 핸들링하는 자동화 야드 크레인
1. ARMGC 설치 과정
ARMGC 같은 대형 장비는 현장에서 조립하기보다는 제작 공장에서 완성된 상태로 선박에 실어 운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대형 장비의 반입·설치는 고도의 엔지니어링이 필요한 작업이며, 선박에서 Roll-off 방식으로 양륙할 때 트랜스포트 빔(Transport Beam)과 SPMT(Self-Propelled Modular Transport)라는 특수 장비가 핵심 역할을 합니다.
1단계: Preparation & Entry

① 크레인을 실은 특수 바지선이 부두 안벽에 접안합니다.
② 조수 간만의 차와 바지선 높이를 고려해 밸러스트(Ballast)를 조정하여 안벽과 바지선의 수평(Leveling)을 맞춥니다.
③ 바지선과 안벽 사이에 ARMGC가 이동할 수 있도록 레일을 설치합니다.
④ 부두에서 대기하던 다축 특수 이동 차량인 SPMT가 바지선 위로 진입합니다.
2단계: 트랜스포트 빔 체결

① SPMT가 ARMGC 하부로 진입합니다.
② 크레인과 SPMT를 하나로 묶어 줄 트랜스포트 빔을 설치합니다.
③ 강철 구조물로 된 거대한 트랜스포트 빔을 ARMGC 다리 하부 구조물에 끼워 넣고, 고강도 볼트와 체결 장치로 단단히 고정합니다.
* 트랜스포트 빔은 크레인의 무게를 SPMT 전체에 고르게 분산시키는 ‘척추’ 역할을 합니다. 빔 없이 일부 지점에만 하중이 집중되면, 크레인 구조물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3단계: Jack-up & Lifting

① 트랜스포트 빔 체결이 완료되면 SPMT에 장착된 유압 장치가 작동합니다.
② SPMT의 유압 실린더가 트랜스포트 빔을 서서히 밀어 올리면서, 수백 톤에 달하는 ARMGC 전체가 바닥에서 천천히 떠오릅니다.
③ ARMGC의 자체 바퀴는 허공에 뜬 상태가 되고, 모든 하중은 트랜스포트 빔을 통해 SPMT가 받게 됩니다.
4단계: Roll-off & Land Transport

① ARMGC를 실은 SPMT가 바지선에서 육지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Roll-off) 합니다.
② 육상으로 넘어오는 순간, 무게 중심이 급격히 이동하면서 바지선이 튀어 오르려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바지선의 Ballast를 실시간으로 조정해 이를 제어합니다.
③ 육상에 완전히 상륙한 SPMT는 트랜스포트 빔에 매달린 ARMGC를 싣고, 설치 예정인 야드 블록(Block) 위치까지 주행합니다.
5단계: Positioning & Set-down

설치 과정 중 가장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는 단계입니다.
① 정렬 (Alignment): SPMT가 미리 설치된 야드 주행 레일(Gantry Rail) 위로 이동하여, 공중에 떠 있는 ARMGC 바퀴의 위치를 지상의 레일과 정확히 일치시킵니다.
② 안착 (Set-down): 위치가 맞으면 SPMT의 유압을 서서히 낮추어(Jack-down), ARMGC 바퀴가 레일 위에 부드럽게 닿도록 합니다.
③ 해체 (Unfastening): 크레인이 레일 위에 안전하게 안착하면, 트랜스포트 빔을 크레인에서 분리하고 SPMT를 철수시킵니다.
6단계: 시운전 (Commissioning)

① 전력 공급을 위한 케이블 릴(Cable Reel) 연결 및 광케이블 통신망을 연결합니다.
② TOS 연동 테스트, 센서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부하 테스트 등을 거쳐 운전을 개시합니다.
왜 ‘트랜스포트 빔’을 사용하는가?
ARMGC는 덩치가 크지만 구조적으로는 ‘ㄷ’자 형태라 비틀림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트랜스포트 빔은 이동 중 크레인의 형상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지지대 역할을 함과 동시에, 하중을 넓은 면적으로 분산시켜 안전한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 장비입니다.
2. 컨테이너 터미널의 주요 핸들링 장비
컨테이너 터미널은 크게 선박이 접안하는 안벽(Apron)과 컨테이너를 보관·반출입 작업을 하는 야드(Yard)로 나뉩니다.
각 구역별로 다음과 같은 장비들이 유기적으로 연동됩니다.
- STS (Ship to Shore Crane): 영상 속 장비보다 훨씬 큰, 안벽에 서 있는 초대형 크레인입니다. 선박의 컨테이너를 육지로 내리거나 싣는 첫 관문입니다.
- YT (Yard Tractor): Apron과 야드 사이를 오가며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를 견인하는 차량입니다.
- TC (Transfer Crane): 야드에 반인된 컨테이너를 장치하거나 반출입하는 장비입니다.
- RTGC (Rubber Tired Gantry Crane): 타이어가 달려 있어 야드 내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 RMGC (Rail Mounted Gantry Crane): 레일 위를 주행하는 야드 크레인으로, 이번에 도입된 ARMGC가 바로 이 RMGC의 자동화 버전입니다.
3. 터미널의 자동화 단계: 일반, 세미, 완전 자동화
최근 항만 업계의 화두는 단연 ‘자동화’입니다.
이번 BPT의 ARMGC 도입은 기존 일반 터미널들이 자동화 터미널로 변모해 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자동화 수준을 대략 다음 세 단계로 나눠 설명하곤 합니다.
| 구분 | 일반 터미널 (Conventional) | 세미 자동화 (Semi-Automated) | 완전 자동화 (Fully Automated) |
|---|---|---|---|
| 안벽 (Quay) | 유인 STS (Manually Operated) | 유인 STS | 원격 제어 STS (Remote Control) |
| 이송 장비 | 유인 YT (Manned YT) | 유인 YT | AGV (Unmanned) |
| 야드 (Yard) | 유인 RTG / RMG | 무인 자동화 ARMGC | 무인 자동화 ARMGC |
| 특징 | 인력 중심 운영, 유연성 높음 | 야드 영역만 자동화하여 효율 극대화 | 全 영역 무인화, 시스템 의존도 높음 |
| 대표 사례 | 부산항 북항 등 다수 항만 | 부산항 신항 일부, BPT(도입 중) | 부산항 신항 DGT, 로테르담 ECT, 롱비치 LBCT 등 |
4. 기존 터미널의 현실적인 진화: 왜 ‘완전 자동화’가 아닌 ‘세미 자동화’ 인가?
이번 BPT 터미널의 ARMGC 도입은 기존 일반 터미널(Conventional Terminal)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진화의 단계인 ‘세미 자동화(Semi-Automation)’로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왕 큰 비용을 들여 장비를 도입하는 김에, 왜 안벽에서 이송까지 모두 무인으로 움직이는 ‘완전 자동화(Fully Automated)’로 바꾸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터미널의 물리적 환경과 인프라의 제약 때문입니다.
① 그린필드(Greenfield) vs. 브라운필드(Brownfield)의 차이
항만 건설에서 아무것도 없는 부지에 처음부터 설계해 짓는 경우를 ‘그린필드’, 이미 운영 중인 터미널을 개조하는 것을 ‘브라운필드’라고 부릅니다.
- 완전 자동화 터미널은 설계 단계부터 모든 구역이 무인 장비(AGV 등)의 동선에 맞춰 바둑판처럼 정형화되어야 하며, 야드에는 수많은 센서가 설치되어야 합니다. 이런 수준의 전면 자동화는 신규 부두(그린필드)를 전제로 설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기존 터미널은 유인 트럭의 동선에 맞춰 도로가 불규칙하거나, 안벽과 야드 사이의 거리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완전 자동화하려면 바닥을 대규모로 재시공하고 레이아웃을 전면 재배치해야 하는데, 이는 기존 터미널에서 시도하려면 운영 중단 및 막대한 공사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거의 선택되기 어렵습니다.
② 운영의 연속성과 효율성의 타협점
기존 터미널은 365일 24시간, 거의 쉬지 않고 운영됩니다.
완전 자동화를 위한 대규모 공사는 곧 터미널 운영 중단을 의미하며, 이는 막대한 국가 물류의 마비를 초래합니다.
따라서 기존 터미널은 운영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가장 큰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야드(Yard)’ 구역만 핀포인트로 자동화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안벽(STS)과 이송(YT)은 유연성이 높은 ‘사람’이 담당하고, 정형화된 적재 작업이 필요한 야드는 기계와 시스템(ARMGC)이 담당하는 하이브리드 운영 방식, 이것이 ‘세미 자동화’입니다.
5. Conclusion
부산항 신항에서는 2–5단계 등 일부 터미널이 완전 자동화에 가까운 수준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반면 BPT와 같이 오래 전부터 운영되어 온 기존 터미널들은 주어진 인프라와 제약 조건 속에서 야드 자동화를 중심으로 한 ‘세미 자동화’라는 현실적인 해답을 선택하며 운영 효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기존 터미널의 ARMGC 도입은 단순한 장비 교체가 아니라,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던 터미널이 데이터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운영 체계로 진화해 가는 흐름을 상징하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